저에게 시간을 관리하기 가장 어려운 요인 중 하나는
'보상 심리'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상심리, 즉 '보상'은 방어기재의 한 종류로
실패나 좌절, 정신 활동에서 억압된 욕구를 극복하기 위한 작용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 어려운 사람은
글로 써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으로
타인과 소통하는 데에 욕구를 극복한다고 합니다.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운동이나 식습관을 관리하는 것도 보상의 정신기재라고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의식적인 보상 활동의 결과입니다.
이렇게 보면 보상이라는 정신 기재는
사람들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고
개인이 자신의 삶에서 결핍이나 억압,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기도 하네요.
반면 무의식적으로 보상의 정신 기재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숨겨진 감정이 영향을 줄 때
이를 해소하기 위해 보상을 위한 어떤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제가 느끼는 '내가 나를 뜻대로 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포인트가 여기에 있습니다.
일상 생활에서 우리는 크고 작은 스트레스들을 마주합니다.
특히 작은 스트레스들은 축적되어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자신에 대한 통제권을 빼앗아버리기도 하지요.
갈등과 스트레스는 꼭 다른 상대방과의 관계에서만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일하는 데에 사용합니다.
몸을 움직이거나 거친 회의가 없을 때에도
온종일 문서작업을 합니다.
(대부분의 사무직 직장인들이 그렇겠지요)
문서와 씨름하는 저의 뇌는 끊임없이 판단과 결정을 합니다.
제작하려는 이문서의 구조는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이 내용은 이렇게 쓰는게 맞을까,
다른 요소들과의 조합은 이대로 괜찮을까,
아까 본 내용인데 그 때는 어떻게 내가 작업했지?
같은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나면
다른 생각을 하기도 귀찮아지고
몸은 굳어 피곤함이 상당해집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저의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정은 운동을 하고 씻는 것입니다.
하지만 운동을 하기 직전까지, 또 운동을 하는 동안에도
제 마음은 호시탐탐 보상을 요구합니다.
몸이 피곤하니 우선 씻고 좀 눕자,
뭐라도 좀 먹자, 가만히 누워 의미없는 것들을 깔짝이자,
누구도 위하지 않고 나를 위한 공부를 하자.
막상 운동을 하는 동안은 몸을 움직이고
나만을 위하는 시간이라는 생각 때문에
꽤 자기 보상이 되는 기분을 느낍니다.
다만 좀처럼 쉽게 시작하지 못하고
그저 억압된 자극적이고 편안한 활동들을
마치 밀린 일 해치우듯 합니다.
씻고 개운해진 몸으로 누워 먹고
온통 정신이 팔린 채 하는 자극적인 것들을 보는 것은
사실 참 달콤합니다.
지금의 제게는 그 순간까지만 참 달콤합니다.
그 뒤의 씁쓸함이 다시 스트레스가 되는 것만 제외하면요.
이렇게 보내는 시간은 생각보다 훌쩍 잘 흘러가고
피둥거리며 먹은 자극적인 음식들은 먹고 나서도 기분이 좋지 않아요.
그래도 그 순간의 달콤함이 좋아서,
그 순간을 자꾸 찾게 됩니다.
요즘 이게 참 고민입니다.
저는 왜 그 별 볼일 없는, 사실 무의미한 그 일들에
시간과 마음을 기대어 보상을 요구할까요.
사실 정말 제 자신을 위하는게 아닌데 말이죠.
별 볼일 없는 일들에 기대는 제 자신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어떤 비법같은게 있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를 억압하지 않고
그래서 보상을 요구하지 않고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는 방법 말입니다.